한강 작가의 신작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는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후 5년 만에 나온 작품이다. 이 소설은 제주 4·3 사건이라는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인간의 상처와 그로부터 피어나는 사랑을 그려낸다. 작품은 주인공 경하가 꾸었던 꿈으로 시작해,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고통과 그 가운데 놓인 희망을 상징하는 눈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.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을 받고 제주로 향하지만, 폭설과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, 그 과정에서 인선 가족의 과거와 맞닥뜨리게 된다. 제주 4·3 사건으로 인해 모든 가족을 잃었던 인선의 어머니 정심은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며 사랑과 믿음을 놓지 않았고, 그 마음이 인선과 경하에게까지 전해진다. 한강은 이 이야기를 통해 폭력의 역사 속에서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랑과 연대를 진지하게 탐구한다. 한강의 작품은 그 사랑이 무겁고 아플지라도, 그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임을 말해준다. 작별하지 않는다는 차가운 눈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불꽃처럼, 그 잊히지 않을 사랑의 무게를 아름다운 언어로 전하는 작품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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